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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가장 하고 싶은일 3가지

파이어족

by 과객님 2023. 6. 2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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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외국계기업에서 일하는 시간동안 매우 부족한 영어를 보완하기 위해 평일저녁과 가끔 주말동안 영어학원을 다녔다.

근무 했던 사무실 기준으로 접근하기 용이한곳 위주로 다녔는데, 파고다학원부터 ECA 영어학원 삼육외국어학원 벌리츠 영어학원 등등 다양한 학원을 다녔었고, 그중 삼육 외국어 학원을 꽤 오래 다녔었는데 이곳은 독특하게 주말에도 프리 랭귀지 스쿨이 있어서 주말 시간까지 할애 할수 있어서 더 인상깊었다..

사실 저녁에 술먹거나 집에 가고 싶지 영어학원을 가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것이다. 나도 울며 겨자먹기로 학원을 갔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래도 여러가지 측면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던듯 하다.

영어 학원 수업과 교재에서 나온 질문중 유독 오랫동안 되뇌이는 문장들이 있는데, 아래 2가지다.

일주일 뒤에 지구가 멸망하면 넌 무엇을 할꺼니?

넌 주말에 머했니?

일주일 뒤에 지구가 멸망하면 넌 무엇을 할꺼니?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등등 레벨이 달라져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그 당시 아침 출근 저녁 퇴근 하고 밥 먹고 자기에도 바빴던 시간이니,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 이였었고 그러하다보니 답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이 바뀔때마다 수시로 책에서 질문이 나오니 매번 당혹스럽고, 당혹스럽지만 답변 할것도 없고 해서, 말을 지어내고,, 그런 상황이 지속 되었다.

한번은 너무너무 이런 상황이 짜증나서, 하루 시간을 내서 내가 정말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 생각을 해보았다.

진짜 난 무엇을 할껀가.

회사를 나갈껀가. 아니야 그건 아니야.

운동을 할건가. 그것도 아니지.

텔레비젼으로 속보뉴스를 보고 있을건가. 그건 하겠지.

친구들과 술을 먹고 있을까. 하루정도는 그럴수 있겠지.

가족들과 같이 있을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 continue

다음 클래스에서 정리한 나의 답변은 이러했다.

만화책을 수백권 빌려와서 볼것이고, 라면을 매끼 일주일동안 먹을것이며, 가족들과 TV를 보면서 그동안 못다한 얘기를 할것이다. ( 운동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

넌 주말에 머했니?

월요일 수업마다 매번 물어본다. 주말에 머했니? 어땠니? 어떨때는 정말 아무것도 안했는데, 물어보면 얘기할게 없으니 도망가고 싶을때가 많다. 회사는 월요병, 학원은 주말에 머했니 병이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nothing special. just sleep. just watching tv....

외국어 강사들끼리 얘기하는것을 잠시 들어보면 그들은 점심 먹은걸 가지고 오후 내내 웃고 얘기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말 신기했고, 머가 그리 재밌는지 대화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점심 메뉴 가지고 오후 내내 얘기한다고??? 아직도 미스테리다.

어느 순간부터 nothing special 이라고 대답하기 싫어졌다. 나도 내 소소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 하고 싶어졌달까..

하루 일상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 일상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밥을 먹었다 -> 한식을 먹었다 -> 밥과 김치찌개, 계란말이, 감자조림, 오징어채가 메뉴로 나왔다 -> 밥은 하얀밥인데 찰 졌고,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갔는데 약간 매콤했고 국물이 자작자작했다. 계란말이는 누구나 좋아하듯이 맛있었고, 감자조림은 기름dp 적당히 잘 튀겨졌고 잘 잘라져 있었고, 오징어채는 부드럽고 매콤했다 ----> more and more ...

이런식으로 일상을 좀더 세부적이고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다 보니, 더이상 월요일 학원에서 주말에 머했니 병에 걸리지 않았다. 나의 대답을 선생님도 좋아했고, 수강생들도 관심을 가지고 같이 얘기하다 보니 대화의 폭이 더 넓어 졌다. 재밌었다.

영어학원에서 영어만 배운게 아니었다. 내 삶과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풀어 놓는 습관이 키워지다 보니, 더 이상 내 일상이 가치가 없거나 무미건조하지 않게 되었다. 멘토의 말처럼 나의 인생이 더 비비드 해 졌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면 그게 최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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