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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만에 만난 학교 친구들

파이어족

by 과객님 2022. 10. 17.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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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Toa Heftiba on Unsplash

연락이 오래도록 끊어졌던 친구들이 최근 다시 약속이 잡히고 있는데, 심지어 저번 주말에 거의 20년 만에 대학교 친구들을 보게 되었다.

전국에서 오기 때문에 중간 지점으로 대전 근교 계룡산 어귀에 숙소로 캠핑장을 1박 2일 예약 해서 느긋하게 만나고 왔다.

고기도 무한리필로 제공이 되고 밥과 된장도 주신다. 심지어 아침에 라면도 제공 되었기 때문에 준비에 대한 부담도 없고, 세면도구와 수건만 가지고 대전으로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만난다는 게 너무 오래돼서 실감이 안 났는데, 날짜가 다가와 질수록 살짝 흥분이 되었다. 실제로 만났을 때는 20년 이란 시간이 무색 할 만큼 한달 전 쯤에 만나고 다시 만난 느낌이다.

살은 조금씩 찌고 세월이 조금씩은 느껴지지만, 모두 관리를 잘한 건지 얼굴도 그때 그대로이고 특히 목소리는 얼굴이 없어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밤이 새도록 고기 굽고, 술 마시고 밀린 얘기를 하는데, 무척이나 재미있고 오랜만에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특히 내가 기억 하지 못하고 있던 우리의 추억을 친구들을 통해서 소환 되고 나니 한참 동안 조용히 잠자고 있던 스스로의 존재가 다시 세상으로 나온 느낌이다.

 

나도 나지만 모인 친구 중 학창시절 가장 조용했던 친구인 U의 반전이 나는 가장 신기했다.

게임을 한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술 마시는 도중 중간중간 전투 전략을 수정하는 날렵한 손 놀림에 연신 감탄했다. 심지어 매우 잘한다. 신기하고 부러웠다.

그리고 운동을 안 가리고 모두 다 잘 한단다. 특히 탁구와 농구는 선수 급 이라고 한다. 더 놀라웠고 현장에서 직접 관람 하고 싶어졌다. 라면 끓이는 스킬도 선수 급인데 처음에는 꼬들하고 끝으로 갈수록 부드러워 져서 이보다 더 맛있는 라면은 없다고 친구들 모두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친구가 헤어질 때 부업으로 농사지은 배를 나눠 주었는데 최근 먹은 배중에서 가장 맛있다. 과즙이 달고, 크기도 적당하고, 입자도 매우 부드러워서 먹는 내내 몇 개 더 받아올걸 아쉬움이 남는다. 거기’‘다 친구가 농사지은 배를 지금 먹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니, 기분이 묘했다.

자주 서로의 집을 방문하여 밤새도록 술 먹고 얘기하고 자고, 그 다음날 다시 또 술 먹고, 놀러 가고 함께 시간을 보내던 S는 여전히 그만의 날렵함이 눈에 낯 익는다.

학교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대표로 출전했던 그는 최종 계주에서 과의 승리를 안겨 줄 뻔 하였으나 근소한 차이로 아깝게 석패 한 것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런 그가 고기를 또 잘 굽는다. 학창 시절 때에도 그랬지만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어서 요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계속 뒤집어 주면 어느 시점에 겉과 속이 잘 구워진 결과물이 접시에 담겨 온다. 그때도 맛있었고, 지금은 더 맛있어 졌다.

세월이 흐르며 더 고기 굽는 스킬이 좋아 진 듯 하다. 쪼그려 앉기를 매우 좋아해서 이번에도 자주 볼 거라 생각했지만, 그러하지 못한 것이 헤어진 뒤에 생각이 유독 많이 나는 건 곧 다시 보게 되리라는 암시인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본다.

 

학창시절 과에서 1등을 내놓지 않고 항상 유지하던 모범생이었던 D는 여전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고, 말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그 절제의 유려함이 아직까지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런 그도 반전이 있었는데, 유일한 흡연가이고 술도 가장 잘 마신다. 옆에 앉을 때가 많아서 어떻게든 속도를 맞춰 보려 노력 했지만, 필자가 따라 갈수 있는 스피드가 아니다. 결국 사온 술들의 대부분은 모범생의 배속으로 들어갔다.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술도 잘 먹는 그 모습이 보는 내내 마음이 든든하다.

그런 주식 얘기를 꺼냈을 때 눈이 초롱초롱 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니 수익률도 아마 잘 만들어가고 있을 것 같고, 사업적인 아이디어에도 관심이 많은 것을 보니 앞으로 서로 할 얘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다녀오고 나니 여운이 생각보다 진하게 오래 남는다. 퇴직 전후로 무척이나 외롭고 막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내가 겪었던 고민과 고통들과 힘들었던 과정을 비슷하게 거쳐왔고, 또 준비해야 하기에 서로 공감하고 위로가 되는 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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